(2023년7월17일) [독자기고] 연탄봉사 수혜 가정 방문 후기/ 충남일보

작성자 : (사)호국보훈기념사업회    작성일시 : 작성일2023-07-18 09:56:07    조회 : 89회   

d618a00ba79bd31deb660ee56e69eacf_1689641727_15.jpg 

대전대흥초등학교 6학년 김영일 학생. (사진제공=대전봉사체험교실)

안녕하세요. 저는 대전대흥초등학교 6학년 김영일입니다.
매주 토요일 새벽 5시 반이면 졸음과 싸우며 눈 비비고 일어나 가족과 함께 연탄 봉사를 합니다. 이번에 특별히 이번 주 연탄 봉사 수혜 가정에 미리 방문하여 어르신을 만나 뵐 기회를 얻었습니다.

사랑의 연탄을 받으실 분은 올해 연세가 93세이신 할머니입니다.
큰 도로에서 빌라들을 지나고 지나 도로 끝에 위치하였는데 할머니 집에 도착하여 차에서 내렸을 때 요즘에는 흔히 볼 수 없는 너무 낡고 초라한 모습이었습니다.

지금 사시는 집은 1950년 즈음에 할아버지와 벽돌 한 장 한 장 쌓아 집을 만들고, 샘을 파고 지금의 모양을 만들어 70년 가까이 사신 집이라고 합니다. 할머니의 이야기를 듣고 천천히 집을 둘러보니 구석마다 할머니와 할아버지의 추억과 정성이 깃들어 있는 소중한 공간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안타깝게도 할머니는 할아버지를 일찍 여의시고 큰아들마저 세상을 떠나고 남은 6남매 중 아직 미혼인 막내아들과 함께 살고 계십니다. 다른 자녀분들과는 거의 왕래가 없다고 하십니다.

할머니께서는 여름에는 연탄을 거의 쓰지 않지만, 겨울에는 하루에 4~5장을 사용하신다고 합니다. 우리의 연탄 봉사가 할머니의 겨울을 따뜻하게 해드릴 것을 생각하니 하루라도 더 빨리 연탄 봉사를 하고 싶다는 생각이 계속 들었습니다.

긴 대화 끝에 자리에서 일어서려는데 할머니께서 저를 멈춰 세우시더니 불편하신 몸을 이끌고 방으로 들어가셔서 한참 뒤에 나오시는데 할머니 손에 만 원짜리 지폐가 들려 있었습니다.

너무 오랫동안 못 본 손자들 생각이 나서 용돈을 주고 싶다고 하시는데 아무리 정중히 사양해도 제 손에 꼭 쥐여주셨습니다. 저와 엄마는 너무 죄송스러운 마음으로 용돈을 받고 발걸음이 떼어지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할머니와 작은 약속을 했습니다. 엄마가 만든 맛있는 열무김치 한 통을 들고 다시 찾아뵙겠다고요. 할머니는 그런 것 없이 가끔 생각만 해줘도 고맙다고 말씀하셨는데 결국에는 손가락 걸고 약속을 하고 돌아왔습니다.

하루하루 삶을 이어가기도 힘든 형편임에도 사랑과 고마움의 표현으로 저에게 용돈을 주시는 할머니의 모습을 보며, 마음만 있다면 어떤 상황과 형편에서도 이 사회에 도움이 되는 존재가 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저의 장래희망은 아픈 동물들을 치료해주는 수의사가 되는 것입니다. 그 꿈이 이루어질 때까지 열심히 공부하고 노력하여 만약 꿈을 이루게 된다면 우리 대전봉사체험교실 김찬기 원장님의 의료봉사처럼, 일주일에 한두 번씩 꾸준하게 우리 사람들 때문에 다치고 병든 동물, 환경을 위해 봉사활동을 하고 싶습니다. 환경이 건강하고, 생태계가 건강해야 우리 사람들도 건강하게 살 수 있으니까요.

오늘은 마음속에 보고 싶은 할머니 한 분이 더 생겨서 정말 행복하고 감사한 하루입니다.
마지막으로 할머니께서 봉사단에게 전하고 싶으신 말씀을 전해드립니다. “두말할 것 없이 그저 고맙다는 말밖에는 할 말이 없네요”고 말씀하시며 할머니 깊은 눈에 눈물이 고였습니다.

“할머니, 항상 건강하세요. 그리고 할머니랑 약속한 대로 엄마와 곧 다시 찾아뵐게요!”

출처 : 충남일보(http://www.chungnamilb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