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년11월30일) ‘36.5도 지켜주는 3.65kg’ 연탄 한 장의 체온/ 금강일보

작성자 : (사)호국보훈기념사업회    작성일시 : 작성일2023-12-04 11:01:43    조회 : 212회   

[김지현의 체험in] 연탄 봉사활동 해보니.......

 

 

‘5분만 더….’

 

늦잠 자기에도 시간이 부족한 주말 아침. 귀를 때리는 휴대전화 알람을 끄고 이불 속을 파고들다 가까스로 정신을 차렸다. 이내 외출 준비를 끝냈다. 두툼한 패딩을 입고 운동화 끈을 꽉 동여맨 후 집을 나섰다. 여느 주말과 달리 이른 오전부터 부지런 떤 건 1주일 전 기상청의 일기예보를 들으면서 부터다.

 

근래 초겨울이 맞나 싶을 정도로 줄곧 온화한 날씨가 이어지더니 주말을 기점으로 기온이 뚝 떨어져 본격적인 겨울이 시작된다는 것이었다. 그러다 문득 겨울이면 누군가의 집은 바깥보다 더 춥다는 말이 떠올랐다. ‘에너지 취약계층’의 이야기. 이들에게는 난방기기를 켤지 말지에 대한 고민조차 사치다. 생각의 끝에 다다르자 평소 알고 지내던 봉사단체에 전화를 걸어 참여 의사를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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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5일 새벽 6시 15분경 동이 트기 전 대전 동구 삼가교 위. 겨울의 아침은 늦게 밝아온다. 어둠이 긴 만큼 홀로 거주하는 에너지 취약계층의 겨울나기도 힘들어진다.

 

 

#1. 함께

“이번 주에 봉사활동 하시면 같이 해보고 싶어요.” “당연히 하지. 직접 해보려고? 오전 6시 30분까지 와요.” 통화는 빠르게 종료됐지만 걱정은 사라지지 않았다. 200장을 옮길 수 있을까 이런저런 생각 때문이었다. 한숨만 쉬다 걷다보니 어느새 대전 동구 수양2길에 위치한 어느 집에 다다랐다.

 

옮기다 깨지고, 뻐근해지는 어깨와 팔 여기저기 검은얼룩 장갑 껴도 검은 손연탄공장 줄어

 

연탄봉사활동도 '위기' 이날도 전주·예천서 가져온 1000장 배달 연탄 한 장의 체온 오래도록 전해졌으면

 

#2. 오전 6시 32분

언덕 위로 파란 조끼를 입은 대전봉사체험교실 회원이 서로를 마주 보는 구도로 연탄배달 태세(?)를 갖췄다. 부랴부랴 연탄 트럭에 놓인 검은 장갑을 착용하고 열에 맞춰 섰다. 한 명, 두 명 그리고 나. 트럭을 가득 채우고 있는 연탄을 보던 나의 손으로 연탄이 훅 들려왔다. 자그마한 까만 덩어리는 생각보다 묵직했다.

 

“왜 이렇게 무거워요?”


 

무게감에 놀라 연신 질문하자 돌아온 대답은 ‘사람의 체온과 같은 3.65㎏’였다. 36.5도를 위한 3.65㎏이 더욱 무겁게 느껴졌다. 이따금 연탄이 깨져 땅으로 조각이 떨어지기도 했는데 조금이라도 부서지면 그만큼 따뜻함이 줄어들 것만 같아 손에 힘을 조절했다. 그러나 창피하게도 연탄 가루가 제일 많았던 곳은 내 발.5bd01b0d2bf2b0c5428707113bbcc007_1701655050_01.jpg 

무게감에 놀라 연신 질문하자 돌아온 대답은 ‘사람의 체온과 같은 3.65㎏’였다. 36.5도를 위한 3.65㎏이 더욱 무겁게 느껴졌다. 이따금 연탄이 깨져 땅으로 조각이 떨어지기도 했는데 조금이라도 부서지면 그만큼 따뜻함이 줄어들 것만 같아 손에 힘을 조절했다. 그러나 창피하게도 연탄 가루가 제일 많았던 곳은 내 발.

 

 

지난 25일 새벽 6시 30분경 대전봉사체험교실 회원들이 트럭에 놓인 연탄을 전달하고 있다. 대전봉사체험교실 제공

 

 

#3. “왼손이 연탄 위에 위치하게 주세요”

혼자만의 작업이 아닌 연탄배달은 함께하는 사람과의 호흡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마음과 달리 자꾸만 내가 편안한 방식으로 받았기에 다음 ‘타자’에게 미안했다. 그렇게 몇 장을 옮겼는지도 가늠이 안 될 무렵 무한정 똑같이 반복되는 동작에 슬슬 오른쪽 어깨와 팔 부근이 뻐근해지기 시작했다. 착용한 마스크로 인해 이마 위로 습기가 차올랐고 계속 몸을 움직이니 추위에 무감각해지다 못해 더웠다. 롱패딩을 벗을까 고민하던 나에게 자원봉사자들은 감기에 걸린다며 말렸다. 정말 더웠다.

 

“거의 끝나가요.”

한 회원의 거짓말이었다. 이후로도 몇 장은 더 옮겼다. 연탄배달은 보랏빛이었던 새벽하늘이 밝은 푸른색으로 바뀔 때까지 이어졌다. 자원봉사자들은 동이 트기 전 누군가를 위해 ‘손에서 손으로’ 연탄을 전달했다는 사실에 기뻐했는데 애석하게도 최근 연탄공장이 줄어 연탄배달 봉사활동도 위태롭다. 이날 배달된 연탄은 경북 예천과 전북 전주에서 대량으로 가져온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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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탄배달 봉사활동을 마친 후 장갑을 벗어보니 손바닥이 검게 물들어 있다.

 

 

#4. 연탄봉사활동도 '위기'

권흥주 체험교실 회장은 “자동화된 연탄공장은 문을 닫고 물류센터로 바뀌었다. 연탄이 옛날보다 수요가 줄어 운반비가 더 들어서다”라며 “우리도 운반비 때문에 1000장 가량을 대량 주문했다. 겨울철 난방 취약계층을 위해 한 주도 쉬지 않고 나설 예정이다”라고 말했다.

 

연탄 가루로 검게 물든 장갑을 벗자마자 검게 물든 손이 보였다. 다음 주에도 그 다음 주에도 검은 손이 씻기지 않길 바랐다.

 

글·사진=김지현 기자 kjh0110@gg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