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년11월30일) ‘36.5도 지켜주는 3.65kg’ 연탄 한 장의 체온/ 금강일보

작성자 : (사)호국보훈기념사업회    작성일시 : 작성일2023-12-04 11:01:43    조회 : 37회   

[김지현의 체험in] 연탄 봉사활동 해보니.......

 

 

‘5분만 더.’

 

늦잠 자기에도 시간이 부족한 주말 아침. 귀를 때리는 휴대전화 알람을 끄고 이불 속을 파고들다 가까스로 정신을 차렸다. 이내 외출 준비를 끝냈다. 두툼한 패딩을 입고 운동화 끈을 꽉 동여맨 후 집을 나섰다. 여느 주말과 달리 이른 오전부터 부지런 떤 건 1주일 전 기상청의 일기예보를 들으면서 부터다.

 

근래 초겨울이 맞나 싶을 정도로 줄곧 온화한 날씨가 이어지더니 주말을 기점으로 기온이 뚝 떨어져 본격적인 겨울이 시작된다는 것이었다. 그러다 문득 겨울이면 누군가의 집은 바깥보다 더 춥다는 말이 떠올랐다. ‘에너지 취약계층의 이야기. 이들에게는 난방기기를 켤지 말지에 대한 고민조차 사치다. 생각의 끝에 다다르자 평소 알고 지내던 봉사단체에 전화를 걸어 참여 의사를 밝혔다

5bd01b0d2bf2b0c5428707113bbcc007_1701654747_98.jpg

지난 25일 새벽 615분경 동이 트기 전 대전 동구 삼가교 위. 겨울의 아침은 늦게 밝아온다. 어둠이 긴 만큼 홀로 거주하는 에너지 취약계층의 겨울나기도 힘들어진다.

 

 

#1. 함께

이번 주에 봉사활동 하시면 같이 해보고 싶어요.” “당연히 하지. 직접 해보려고? 오전 630분까지 와요.” 통화는 빠르게 종료됐지만 걱정은 사라지지 않았다. 200장을 옮길 수 있을까 이런저런 생각 때문이었다. 한숨만 쉬다 걷다보니 어느새 대전 동구 수양2길에 위치한 어느 집에 다다랐다.

 

옮기다 깨지고, 뻐근해지는 어깨와 팔 여기저기 검은얼룩 장갑 껴도 검은 손연탄공장 줄어

 

연탄봉사활동도 '위기' 이날도 전주·예천서 가져온 1000장 배달 연탄 한 장의 체온 오래도록 전해졌으면

 

#2. 오전 632

언덕 위로 파란 조끼를 입은 대전봉사체험교실 회원이 서로를 마주 보는 구도로 연탄배달 태세(?)를 갖췄다. 부랴부랴 연탄 트럭에 놓인 검은 장갑을 착용하고 열에 맞춰 섰다. 한 명, 두 명 그리고 나. 트럭을 가득 채우고 있는 연탄을 보던 나의 손으로 연탄이 훅 들려왔다. 자그마한 까만 덩어리는 생각보다 묵직했다.

 

왜 이렇게 무거워요?”


 

무게감에 놀라 연신 질문하자 돌아온 대답은 사람의 체온과 같은 3.65였다. 36.5도를 위한 3.65이 더욱 무겁게 느껴졌다. 이따금 연탄이 깨져 땅으로 조각이 떨어지기도 했는데 조금이라도 부서지면 그만큼 따뜻함이 줄어들 것만 같아 손에 힘을 조절했다. 그러나 창피하게도 연탄 가루가 제일 많았던 곳은 내 발.5bd01b0d2bf2b0c5428707113bbcc007_1701655050_01.jpg 

무게감에 놀라 연신 질문하자 돌아온 대답은 사람의 체온과 같은 3.65였다. 36.5도를 위한 3.65이 더욱 무겁게 느껴졌다. 이따금 연탄이 깨져 땅으로 조각이 떨어지기도 했는데 조금이라도 부서지면 그만큼 따뜻함이 줄어들 것만 같아 손에 힘을 조절했다. 그러나 창피하게도 연탄 가루가 제일 많았던 곳은 내 발.

 

 

지난 25일 새벽 630분경 대전봉사체험교실 회원들이 트럭에 놓인 연탄을 전달하고 있다. 대전봉사체험교실 제공

 

 

#3. “왼손이 연탄 위에 위치하게 주세요

혼자만의 작업이 아닌 연탄배달은 함께하는 사람과의 호흡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마음과 달리 자꾸만 내가 편안한 방식으로 받았기에 다음 타자에게 미안했다. 그렇게 몇 장을 옮겼는지도 가늠이 안 될 무렵 무한정 똑같이 반복되는 동작에 슬슬 오른쪽 어깨와 팔 부근이 뻐근해지기 시작했다. 착용한 마스크로 인해 이마 위로 습기가 차올랐고 계속 몸을 움직이니 추위에 무감각해지다 못해 더웠다. 롱패딩을 벗을까 고민하던 나에게 자원봉사자들은 감기에 걸린다며 말렸다. 정말 더웠다.

 

거의 끝나가요.”

한 회원의 거짓말이었다. 이후로도 몇 장은 더 옮겼다. 연탄배달은 보랏빛이었던 새벽하늘이 밝은 푸른색으로 바뀔 때까지 이어졌다. 자원봉사자들은 동이 트기 전 누군가를 위해 손에서 손으로연탄을 전달했다는 사실에 기뻐했는데 애석하게도 최근 연탄공장이 줄어 연탄배달 봉사활동도 위태롭다. 이날 배달된 연탄은 경북 예천과 전북 전주에서 대량으로 가져온 것.

5bd01b0d2bf2b0c5428707113bbcc007_1701655153_72.jpg
 

연탄배달 봉사활동을 마친 후 장갑을 벗어보니 손바닥이 검게 물들어 있다.

 

 

#4. 연탄봉사활동도 '위기'

권흥주 체험교실 회장은 자동화된 연탄공장은 문을 닫고 물류센터로 바뀌었다. 연탄이 옛날보다 수요가 줄어 운반비가 더 들어서다라며 우리도 운반비 때문에 1000장 가량을 대량 주문했다. 겨울철 난방 취약계층을 위해 한 주도 쉬지 않고 나설 예정이다라고 말했다.

 

연탄 가루로 검게 물든 장갑을 벗자마자 검게 물든 손이 보였다. 다음 주에도 그 다음 주에도 검은 손이 씻기지 않길 바랐다.

 

·사진=김지현 기자 kjh0110@ggilbo.com